5장. “이야기는 남기려고 쓰는 게 아니다.”
—단군, 감정의 왕국을 건설하다—
단군은 고시원 창가에 앉아
말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감정이 너무 많으면
말을 줄이는 날이란다.”
그는 더 이상
조회수를 확인하지 않았다.
댓글 1이
그에게 백성 1만 명의 무게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단군의 영상엔
아주 가끔 댓글이 달렸다.
“잠 안 올 때 들어요.”
“오늘 많이 힘들었는데 위로됐어요.”
“이상하게... 이 사람 말투가 그립네요.”
그는 매일,
더 작고, 더 느리고, 더 조용하게
영상을 올렸다.
“이야기는 남기려고 쓰는 게 아니다.
누군가 찾아올까 봐,
그냥 기다리면서 쓰는 거다.”
그 말은 AI가 한 게 아니었다.
단군 스스로가 말한 것이었다.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
이야기는 누군가의 감정이
내 감정과 닿기를 바라는 ‘신호’라는 걸.
어느 날,
단군의 영상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혹시... 저한테 말 걸어주실 수 있나요?”
단군은 잠시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녹음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혹시... 많이 혼자셨나요?
저도 그래요.
그래서 이렇게 매일 말을 하고 있어요.
혼자 말처럼 보여도,
언젠가 그 말이
당신에게 닿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단군은 마침내
자신이 말하고 있는 세계가
왕국이 아니라,
작은 감정의 불씨들이 모인 별자리라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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