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세상 끝에 작은 마을이 있었어.
그 마을 한가운데에는 긴 구불구불한 강이 흐르고 있었지.
아무도 그 강을 건너려고 하지 않았어.
"물이 너무 탁해!"
"길이 너무 험해!"
"건너도 별거 없어!"
사람들은 늘 그렇게 핑계를 댔어.
그런데, 그 마을에는 똑똑하지도, 용감하지도 않은 아이가 하나 있었어.
이 아이는 이름도 특이했는데, 이름이 **"아무렴"**이었어.
(부모님이 아마 작명할 때 대충 했나봐.)
"아무렴"은 어느 날 그냥 궁금했어.
"왜 다들 강을 건너려 하지 않을까?"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는 신발도 신지 않고, 반쯤 졸린 얼굴로 강에 발을 담갔어.
물은 생각보다 따뜻했고,
길은 생각보다 덜 험했어.
물론 중간중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지.
그리고 진흙 범벅이 됐지.
몇 번은 강물에 떠내려가려다, 물고기랑 눈싸움도 했어.
하지만 "아무렴"은 그때마다 피식 웃으면서 중얼거렸어.
"뭐 어때, 다시 가보지 뭐."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아무렴"은 강을 거의 건너게 됐어.
그렇게 건넌 강 건너에는 거창한 보물도 없었고,
찬란한 궁전도 없었어.
그냥, 조금 더 넓은 들판과,
조금 더 다양한 바람과,
조금 더 선명한 별들이 있었어.
"아무렴"은 그걸 보고 또 피식 웃었어.
"이거면 충분하지 뭐."
그리고는 들판에 풀썩 누워서, 강 건너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들었어.
그날 이후로 사람들은 "구불구불 강을 건너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어.
그리고 모두가 기억했어.
"처음 강을 건넌 건, 대단한 영웅이 아니라, 그냥 '뭐 어때' 하던 아무렴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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