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읽씹의 날 2-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신호들

 

 

 

등장인물

• 민석: 조용히 감정을 전했던 소년. 표현은 서툴렀지만 마음은 깊었음.
• 하은: 반응 없는 듯하지만, 그저 모른 채 지나간 사람.
• 우주배경: 읽씹의 은유. 아무도 돌아보지 않은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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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은 말이 적은 아이였어요.
감정도 크고, 마음도 크지만
그걸 표현하는 법은 몰랐어요.

그래서 민석은 말 대신 행동으로 마음을 보냈어요.

 

하은이 지각하면 자리를 남겨줬고,
비 오는 날엔 말 없이 우산을 들이밀었고,
급식 줄에서 같은 반찬을 챙겨갔어요.

하은은 늘 고개를 끄덕였고,
“고마워”라고 말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건, 그냥 일상적인 반응이었죠.
민석의 마음이 담긴 것인 줄은 몰랐어요.

 

어느 날, 하은이 다른 친구와 웃으며 걸어가는 걸 본 민석은
처음으로 휴대폰을 꺼내
“잘 지내?”
라고 보냈어요.

그건 민석이 낼 수 있는 최대 볼륨의 감정 이었어요.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어요.
읽음 표시만 딱 찍히고,
그 뒤로 아무 말도.

 

그날 밤 민석은 창밖을 봤어요.
별들이 수신 대기 중인 안테나처럼 깜빡이고 있었어요.

 

“그냥 바뻐서 답장할 시간이 없는거겠지.”
“그 사람 잘못도 아니고.”

 

그리고 민석은 처음으로 이런 기분이 들었어요. 

자신이 누군가에게 읽씹당한 메시지 같은 존재 같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