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항상 조용히 걷고,
조용히 밥 먹고,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이 하나 있었어.
그 사람의 이름은 "류"였어.
류는,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어도 눈에 띄지 않았고,
파티가 열리면 늘 구석에 앉아 있었고,
축제가 있어도 조용히 구경만 했어.
사람들은 말했어.
"저 사람은 그냥 NPC야. 대사 한 줄 정도 있는 조연이지."
류도 가끔 스스로 생각했어.
"나는 그냥 배경인가?"
그렇게 류는 별 기대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
새로운 길을 가지도 않았고, 특별한 모험도 벌이지 않았지.
그냥 오늘을 성실하게, 조용히 채워갔어.
그런데...
마을에 작은 문제가 생겼어.
길을 잃은 고양이들,
방향을 못 찾은 여행객들,
슬퍼서 울고 있는 사람들....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손을 내밀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지.
그리고 그때마다,
류는 별 생각 없이 다가가서 고양이를 안고,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조용히 길을 알려주고,
울먹이는 사람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어.
큰 소리도, 번쩍이는 행동도 없었어.
하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알게 됐어.
"아, 류가 없으면 이 마을은 흐트러지는구나."
류는 배경이 아니었어.
류는 이 세계를 아주 조용히 지탱하고 있었던 거야.
아무도 몰랐을 뿐.
결국, 마을 축제 날,
모두가 무대 중앙에 류를 불렀어.
"너, 주인공이었다고."
류는 얼떨떨했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자기답게, 조용히 살아왔을 뿐이니까.
하지만 모두의 환호 속에서 류는 조금 웃었어.
"그래.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역할을 맡았구나."
그리고 류는 그날, 처음으로 밝은 조명을 맞으면서
조용히, 아주 류답게 고개를 끄덕였어.
해피엔딩.
'감성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동화)단군,현생 생존기 _ 2장 “AI여, 나를 돈 버는 인간으로 만들어다오” (3) | 2025.06.08 |
---|---|
시간동화)단군,현생 생존기 _ 1장 단군, 로그인하다 (0) | 2025.06.01 |
동화) 브레이크 없는 인간:"계획은 고장났고, 나는 그냥 굴러간다" (0) | 2025.05.18 |
(동화)읽씹의 날 3 - 민석이, 스타가 되다. (0) | 2025.05.16 |
(동화)읽씹의 날 2-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신호들 (0) | 2025.05.15 |